향후 64괘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환원시켜 공연계와 함께 숙고할 수 있는 단초로 삼고 싶다.
[공연 소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 대립의 일치, 그리고 주역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팀명 자체(‘다페르튜토: 어디로나 흐르는’ + ‘스튜디오: 공연되는 곳의 장소특정성’)에서 ‘대립의 일치(모순된 것을 한 번에 보는 것)’라는 세계관을 반영해왔으며, 이 세계관을 가장 충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역으로 여겨왔다. 전작 ‘다페르튜토 쿼드’에서 다루었던 연금술의 현대철학적 수용자인 바슐라르의 4원소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8괘, 64괘로 그 표현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삼일로창고극장 < 다양한 드라마의 제시 >
드라마를 중심에 놓을 수 있는 장소로서 ‘삼일로창고극장’을 선택했다. 또 다른 드라마의 방법론을 찾기 위해 직관적으로 품고 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야기가 멈춘 곳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오브제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는 오브제를 이야기에 종속시켜 작업한 ’구상연극’과, 같은 오브제를 이야기에서 독립시켜 만든 ‘추상연극’을 병치시켜 시적 드라마의 ‘대립의 일치’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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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및 구성]
‘뢰지예 괘’가 말하는 ‘내용상 테마’는 ‘존재를 향유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도올 주역 강해]의 해석을 선택함). 하늘의 소용돌이인 ‘뢰우’를 닮은 송골매와 땅의 소용돌이인 ‘동물’ 중 하나인 ‘개’, 그리고 당초의 소용돌이로서 ‘식물’의 원조격인 ‘이끼’, 이렇게 세 종류의 생명을 선택하여 존재를 구체화하였다. 1막 - 송골매10년간 송골매를 관찰해온 사람의 기록이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들판을 들고 나며, 거의 의례에 가까운 행동으로 송골매의 야생성을 달래며 과업을 완수했다. 그는 송골매의 동작이 날렵하고 우아해서, 그 원인이 단순 굶주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고, 예술적인 사냥 비행에 뒤이은 살해를, 충격적인 폭력으로 느끼곤 했다. 그러면서도 류머티즘으로 몸이 굳어가던 관찰자는 송골매가 남긴 시체 위에, 송골매와 똑같은 의식적인 행위를 하는 등, 자기도 모르게 송골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때마다 자신이 인간의 육체에 감금되어 있다고 느끼곤 했다. ([송골매를 찾아서/ 존 A. 베이커] 발췌, 변형)2막 - 개틀뢴이라는 혹성에는 ‘공간’이 없고, ‘시간’만 있다. 그래서 ‘명사’ 역시 ‘동사, 형용사’로 대신하는데, ’달’을 ‘어둡고 둥그런 위에 있는 허공의 밝은’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사례이다. ‘개’란 동물은 이 혹성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공간의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냄새를 맡는 것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3일 후에 도착할 폭풍우의 냄새를 지금 시점에서 맡으며,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냄새도 아울러 맡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구에 태어난 주인공 ‘개’는 주인을 따라다니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문구를 읽은 주인 때문에 ‘배우’가 되어 개고생을 하던 중, 무지개 다리를 발견, 틀뢴으로 복귀한다. ([픽션들/ 보르헤스]에서 ‘틀뢴’ 설정을 가져옴) 3막 - 이끼물이 없는 시간, 이끼는 성장을 멈추고 기다린다. 며칠 안에 이슬이 맺힐 수도 있고 몇 달 동안 계속 메마를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것이 이끼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햇빛보다 물을 절대적으로 따라야하는 이끼는 비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변화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진다. 나아가 이끼의 까다로운 삶의 조건은 이끼를 필요로 하는 자가 나타날 때 찾아오고, 그가 이끼를 잊을 때 떠나간다고 설명하기에 이른다. 반면 대부분의 이끼는 건조하다고 죽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끼에게 건조함은 삶의 일시적 중단일 뿐이다. 이끼는 몸속 수분 중 98퍼센트까지 잃더라도 다시 물이 공급되면 20분만에 되살아난다. ([이끼와 함께/ 로빈 월 키머러] 발췌, 변형)